오늘의 논제에서 ‘동물들의 행복'이란 동물들의 환경 요인에 관련된 의식적 요인과 물적 요인의 복합체로 정의하겠다.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으므로 직접적으로 의견을 들을 수 없다. 따라서 먹이나 환경 같은 물적 요인과 함께 동물들의 정신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지표들 예를 들어 동물수명, 사육장 상태, 정신건강 지표 등을 삶의 질 이자 행복으로 갈음 하려 한다. 반대 측은 동물들의 행복을 객관화할 수 있는 더 나은 지표가 있다면 제시하여 주길 바란다.
“동물원은 야생에 비해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를 적게 주는 안락한 곳입니다. 따라서 동물들은 야생에 있을 때보다 동물원에 있을 때 행복하다.”
한병철의 피로사회란 책을 보면 현대는 성과사회고 성과를 내기 위하여 개인 자신이 자신을 착취한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생존 그 자체만으로도 버겁다는 사실을. 그러나 동물원은 생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없는 곳이다. 심지어 동물들이 살던 초원과 밀림을 구성하고, 숨을 장소와 다양한 놀잇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동물들은 자연에서보다 더욱 안락하게 살고 있다. 좋은 동물원에 있다면 동물들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미국 동물원 수족관 협회’에서는 동물원에 AZA라는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동물원이 얼마나 동물복지, 보전연구, 생태교육, 안전관리 등에 신경을 쓰는지를 알 수 있는 국제 인증이다. 우리나라의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는 AZA 인증을 받았다. 점점 동물복지에 관한 관심과 재원이 높아지고 있어 대한민국의 많은 동물원도 더욱 나은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다.6)
야생과 비슷한 환경과, 풍부한 먹이가 존재하고, 천적과 먹이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자연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비교 불가한 생존 이점이다. 이 생존 이점을 바탕으로 동물복지가 잘 갖춰있는 동물원에 있다면, 그 동물들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동물원의 본질은 동물을 수집하여 인간들에게 전시하고 돈을 받는 영리시설이다. 태생적으로 동물을 위한 복지시설이 아니다. 오히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가깝다. 1904년 당시에는 돈을 벌기 위해 당시 희귀한 흑인인 피그미족 청년을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에 원숭이와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7) 또한 어느 동물원은 사룟값을 아끼기 위해 죽은 낙타를 토막 내어 다른 동물의 먹이로 주기도 하고8), 경영난을 이유로 고드름이 달린 얼음장 전시실에 원숭이들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하다 관절염에 걸려 죽은 코끼리부터 정신이상이 걸린 동물들 사례는 숱하게 많다.9)
“동물원은 동물들을 가두고 인간들에게 노출해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는 곳이다. 따라서 동물들은 야생에 있을 때보다 동물원에 있을 때 불행하다.”
동물원은 본질은 동물들에게는 학대가 될지라도 인간들을 위해 전시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시설이다. 이 사실은 시대가 지나도 변함이 없다. 가격이 비싼 동물은 오래 전시되기 위하여 그에 따른 시설과 설비가 갖춰질 것이다. 하지만 투입되는 돈보다 소비되는 돈이 크다면 동물들은 결국 학대받거나 버려질 것이다.
동물원이 동물들의 감옥이라 불리던 시대는 과거 오래전 이야기다. 비상식적인 소수의 동물원을 제외하고는 동물복지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과거 전주동물원에는 지독한 관절염과 각종 지병을 앓고 있다가 죽은 코끼리가 주목을 받았었다. ‘슬픈 동물원’이라 오명을 받은 이 동물원은 최근 대대적인 개편을 하면서 ‘생태동물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동물원은 원래가 동물들을 학대하는 곳이 아니고, 얼마든지 개편되어 나아질 수 있는 동물보호소다.10)
“동물들은 동물원에 있을 때 더 긴 수명이 보장된다. 동물의 행복을 판단하는데 수명만을 생각할 순 없겠지만,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병이 생기면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긴 수명은 동물복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권위 있는 자연과학 저널인 Scientific Reports의 2016년에 실린 논문을 보면 동물원 개체군의 포유류 중 86%가 야생 상태의 동물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는 천적과 종 내 경쟁 그리고 질병과 같은 여러 악조건을 분명하게 동물원이 보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11)
자연에서보다 동물원에서 수명이 길게 나타난 점은 동물원이 자연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확연하게 증명한다. 우리는 살기 좋은 곳에 살면 그렇지 않은 곳보다 행복감을 느낀다.
“동물 수명을 포함하여 다른 동물복지지표를 보더라도 동물원은 동물복지에 적극적이지 않다. 따라서 동물들은 불행하다.”
동물원의 동물이 행복한지 알기 위해 단순하게 수명뿐만이 아니라 다각도에서 동물복지지수를 고려해야 한다. 2021년 국내에서 동물복지 전문가 2명과 대학생들이 149곳 동물사 379개소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는 동물복지를 17 지표로 세분화하여 조사했다. 지표로는 먹이, 위생, 보온시설뿐만 아니라 소음, 풍부화 구조물 등 동물의 입장에 맞추어 조정하였다. 조사 결과는 처참하였다. 동물이 제 수명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경이 갖춰진 곳은 단 27개소(7%)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었다.12)
동물원이 점점 더 나아지리라는 생각은 동물원이 동물복지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 조직이라는 근본 사실을 간과한 채 밝은 미래만 보려 하는 허황된 생각일 뿐이다.